당신은 이 그림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검은 프리즘에 들어간 흰 빛 줄기가 무지개로 나오는 이 그림은 사람들에게 너무나도 익숙하다. 이 유명한 그림이 바로 영국의 록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1973년 앨범 [Dark Side Of The Moon]의 앨범아트이다. 이 앨범아트만큼이나 철학적이고 난해한 ‘프로그레시브 록’이라는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핑크 플로이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핑크 플로이드(Pink Floyd)는 영국의 록 그룹이다. 그룹 초기에는 사이키델릭 록과 스페이스 록 음악으로 인정 받았지만 후기로 가면서 프로그레시브 록 음악으로 발전하였다. 철학적인 가사, 실험적인 음악, 유려한 앨범 커버, 특수장치를 활용한 라이브 등으로 유명하다. 가장 성공적인 록 그룹 중 하나로 미국 내 판매고 7450만 장, 세계적으로는 2억 장 정도의 판매고를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핑크 플로이드는 1965년에 ‘시드 배릿(기타, 보컬)’을 중심으로 같은 건축과 학생들이었던 ‘닉 메이슨(드럼)’, ‘로저 워터스(베이스, 보컬)’, ‘리처드 라이트(키보드)’를 멤버로 결성되었다. 핑크 플로이드는 이후 사이키델릭한 공연을 펼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핑크 플로이드는 처음엔 앞에 언급된 네 사람을 멤버로 했다가 이후 기타리스트이자 보컬인 ‘데이비드 길모어’가 들어오고 시드 배릿이 탈퇴해 최종적으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핑크 플로이드’가 된다.
시드 배릿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시드 배릿은 핑크 플로이드라는 밴드명을 지어낸 장본인으로 그는 지금까지 신비의 인물로 기억되고 있다. 배릿은 비록 약물중독과 정신분열로 인해 밴드를 초기에 탈퇴했지만 그는 초현실적인 감각으로 초기 핑크 플로이드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확립시킨, 가장 핑크 플로이드적인 인물이었다. 핑크 플로이드의 데뷔앨범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67년)은 그룹의 이미지가 배릿의 자유로운 정신세계와 예술적 기질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자료이다.
훗날 핑크 플로이드는 시드 배릿을 그리워하며 앨범 [Wish You Were Here](75년)을 제작한다. 그 앨범에 실린 26분 길이의 곡인 ‘Shine On You Crazy Diamond’와 4분 길이의 ‘Wish You Were Here’은 그들의 배릿을 향한 그리움을 노래한 것인데 너무나도 좋은 명곡이니 꼭 들어보기를 바란다.
핑크 플로이드는 70년대 이후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본격적인 ‘구상음악’을 표출하게 된다. 그들은 다양한 효과음을 사용하여 음악에 이미지를 부여하는 작업을 시도하는데, 기계음 소리, 자연의 소리가 음악 속으로 신비스럽게 녹아 들어갔다. 라이브 공연에서는 화려한 조명과 슬라이드 쇼가 동원됐는데, 이 때문에 ‘우주적인 록(Space Rock)’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무대 중앙에는 항상 커다란 원형 스크린을 설치해 슬라이드 쇼를 보여줘서 ‘시어터 록(Theater Rock)’이라고도 불렸다. 이는 건축학과 출신인 멤버들의 미술감각이 음악과의 조화로 구현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커버들도 뛰어난 아트웍을 자랑하는데 그 중에서도 71년작[Meddle]은 특히 환상적이었다(훗날 이 사진은 물에 젖은 귀사진으로 밝혀진다). 핑크 플로이드에게 [Meddle]은 중요한 작품이었다. [Meddle]은 핑크 플로이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준 작품이었다. 후일 실질적 리더가 되는 데이비드 길모어 또한 [Meddle]이 진정한 의미에서 첫 번째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이었다고 말한다. 블루스와 사이키델릭, 우주적인 사운드가 융화된 스타일. [Meddle]에 수록된 23분 길이의 ‘Echoes’는 듣는데 인내심이 요구되지만 필청해야 할 명곡이다.(Youtube에서 ‘pompeii’ 버전의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핑크 플로이드 음악의 특징은 상업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주로 20분이 넘는 길이의 대곡 위주로 음악성만으로 승부를 걸었던 만큼, 데뷔 후 72년까지의 음반 판매 성적은 초라했다. 특히 미국진출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했다. 그러나 73년에 결정적 한방을 터트리게 되는데 이 초대박 히트앨범이 바로 앞서 말한 [Dark Side Of The Moon]이다. 이 앨범 속에는 핑크 플로이드의 대표 곡으로 꼽히는 ‘Time’, ‘Money’, ‘Us & Them’ 등이 담겨있는데, 앨범은 76년까지 3년 동안 천만 장 판매를 기록, 88년 8월까지 장장 741주(약 15년) 동안 빌보드 앨범차트에 머무르며 전 세계적으로 4천만장 이상을 팔아치우는 기록을 세웠다. [Dark Side Of The Moon]은 가장 정교하게 완성된 ‘프로그레시브 록’으로 평가받는다. 이 앨범은 꼭 모든 노래를 들어보기를 바란다.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들에는 언제나 메시지가 담겨있는데 그 내용들에는 현대사회의 이념적 갈등, 반전, 인간의 심리적 병리현상에 대한 묘사가 많았다. 산업사회 속에서의 고립,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증 같은 문제의식은 [Wish You Were Here](75년), [Animals](77년), [The Wall](79년)에서 구체화 되었다. 특히 [The Wall]은 핑크 플로이드의 최대걸작으로 꼽히는데 핑크 플로이드 중반기의 음악의 주도권을 장악했던 베이시스트 로저 워터스의 예술적 재능이 총 동원된 역작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역대 어느 앨범보다 큰 스케일과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이 작품은 인간성 상실을 야기시키는 산업화, 획일적 교육, 전쟁 등 사회 정치 전반에 걸친 비판과 풍자, 은유로 가득찬 광기릐 록 오페라이다. [The Wall]은 이후 앨런 파커 감독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되는데 맨 정신으로는 보기 힘들 정도의 광기를 묘사한다. 그러나 앨범에 수록된 ‘Comfortably Numb’, ‘Another Brick In The Wall’, ‘Goodbye Blue Sky’ 등은 걸작 중의 걸작이니 독자들은 이 또한 꼭 들어보기를 바란다.
인기의 정점을 달리던 핑크 플로이드는 이후 음악적 견해차이로 분열을 맞는다. 특히 이전까지 리더역할을 하던 로저 워터스와 다른 멤버들간의 갈등은 심해진다. 법적 공방 끝에 로저 워터스가 그룹을 탈퇴하고 데이비드 길모어를 중심으로한 핑크 플로이드가 다시 정립된다. 침체기를 겪지만 이후 데이비드 길모어의 블루스적 기타가 돋보이는 [The Division Bell](92년)과 라이브 공연 [Pulse]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핑크 플로이드의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 리처드 라이트와 시드 배릿이 사망하고 멤버들이 고령화됨에 따라 핑크 플로이드의 활동은 슬프지만 이것이 마지막으로 보인다.